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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바로알기 역사탐방] 제주 4.3 이야기 - 북촌 너븐숭이 기념관, 영모원, 터진목, 성산일출봉 우뭇개 해안

여행기

by 가족풍경수집가 2019. 4. 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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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너븐숭이 유적지 내 순이삼촌 문학비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전국 시. 도 블로그 기자단을 대상으로 4.3 바로 알기 역사탐방을 2018년에 진행한 데 이어 일 년이 지난 올해도 다시 역사탐방 행사를 이어갔습니다. 작년에는 제주 서부권을 중심으로 역사탐방을 진행했는데요 올해는 제주 동부권을 중심으로 역사탐방을 이어갔습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다크투어리즘을 알린 제주 역사탐방의 대표적인 코스

 

알뜨르의 제로센
알뜨르에 선보인 2017년 제주비엔날레 설치 미술

 

그동안 '다크투어리즘'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역사탐방은 주로 제주 (남)서부권을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4.3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기 전에 일제 시대의 또 다른 아픈 역사가 확연히 드러나는 장소이다보니 좌. 우 이념에 상관없이 제주 4.3을 일반인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장소이지요. 게다가 올레길 중에서도 꽤나 매력적인 풍광을 보여주는 인기 좋은 구간이어서 4.3의 정확한 역사를 모르더라도 걸으면서 어렴풋이나마 제주 4.3을 알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고요. 역사의 중첩이라는 측면에서는 예술가들이 표현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보니 제주비엔날레에서도 빼놓을 수가 없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또 4.3을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리기도 한 영화 '지슬'의 촬영 장소 역시 제주 서쪽에 위치한 '큰넓궤'이지요. 이렇듯 역사 위로 풀 수 있는 여러 얘기가 쌓이면서 이제는 제주 (남)서부권이 남들과 조금 다른 제주 여행을 하고 싶은 일반이들에게 역사 여행지로도 매력적인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제주 4.3이 한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제주 전역에서 일어난 비극이기에 이번에는 제주 동부권을 중심으로 역사탐방에 나섰습니다. 개인적으로 4.3 역사탐방의 시선도 조금 확장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올해 역사탐방 일정이 묘하게 제 생각과 일치를 봤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찾은 곳은 조천읍이 위치한 '북촌 너븐숭이 4.3 유적지&기념관'입니다. 4.3 당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인명 희생을 가져온 사건이 북촌리 학살 사건입니다. 4.3 사건을 겪는 와중에 '리'단위로는 최대 피해 마을로 기록되고 있는 곳이 '북촌리'입니다.  1949년 1월 17일에 북촌리 마을에 있었던 남녀노소 400명 이상이 한 날 한 시에 희생당하는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애기 무덤 주위로 놓여진 무고하게 죽어간 어린 넋을 위한 진혼품 

이 양민 학살을 바탕으로 현기영 작가가 197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작품이 '순이삼촌'입니다.  이전까지 금기시 되었던 제주 4.3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게 된 '순이삼촌'이었지만 작가는 이듬해 군 정보기관에 끌려가 심한 고초를 겪습니다.  '순이삼촌'은 그 뒤 14년 동안 금서로 묶이게 되고요. 

 

슬픔이란 대체로 눈물로 한숨으로도 표현할 수도 있고 말과 글로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4.3의 슬픔은 눈물로도 필설로도 다 할 수 없다.
그 사태를 겪은 사람들은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나온다고 말한다.

 

- 현기영 「목마른 신들」 중에서

 

 

 

 

순이삼촌 문학비

개인적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꼭 챙기는 장소가 이른바  '000문학관'입니다. 이곳은 비록 문학관은 아니지만 순이삼촌 문학비가 세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제주로 넘어왔던 기억이 있는데요 제가 만난 수많은 문학관과 문학비 중에서도 문학 작품을 가장 잘 드러낸 - 그러기에 너무 아픈 - 문학비로 기억합니다. 제주시에서 함덕해수욕장 가는 길이라면 꼭 한 번은 들렀으면 하는 공간입니다.

 

 

 

 

 

 

하귀리에 위치한 영모원

제주 하귀리에는 호국영령비와 4.3 희생자 위령비를 한자리에 모아 위령단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희생자이기에 모두 용서한다는 뜻'으로 비를 세웠습니다.

 

- 4.3 70주년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 중에서

 

 

작년 4.3 70주년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언급한 '영모원'은 이후 일반인에게도 부쩍 관심이 높아진 장소입니다.

 

 

 

 

일제 시대에 많은 항일운동가를 배출한 하귀리는 4.3 이후 '하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차별을 당했습니다. 결국 하귀리는 '동귀리'와 '귀일리'로 이름까지 바뀌게 되는데요 1995년 하귀리로 다시 환원을 함과 동시에 4.3 영령은 물론 일제강점기 순국선열과 6.25와 베트남전 참전 희생자를 한자리에 모은 추모공원을 조성키로 합니다. 그 결과 2003년 5월에 이곳 영모원 제막식을 가지게 됩니다.

 

이 돌 앞에서는 더 이상 원도 한도 말하지 말자. 다만 섬나라 이 땅에 태어난 이들은 모두 한번쯤 여기 와서 고개를 숙이라

 

- 영모원 위령비문

 

 

 

 

 

 

성산 광치기해변에 위치한 터진목 유적지

제주에 온 사진가라면 누구나 한 번은 담아본 일출 장소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해변입니다. 광치기해변을 오가는 길목에 한번은 봤을 법한 안내판이 있으니 바로 '터진목' 안내판입니다. 

 

 

 

 

 

섬에는 우수가 있다. 이게 어디서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마음 갑갑하게 만드는 이유다. 오늘날 제주에는 달콤함과 떫음,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초록과 검정, 섬의 우수, 우리는 동쪽 끝 성산일출봉 즉, '새벽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바위는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한 검은 절벽이다. 한국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첫 해돋이의 마술적인 광경의 축제에 참석하러 오는 곳이 바로 여기다. 
1948년 9월 25일(음력) 아침에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 위하여 트럭에서 해변으로 내리게 했을 때 그들의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다. 나는 그들이 이 순간에 느꼈을,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냉전의 가장 삭막한 한 대목이 펼쳐진 곳이 여기 일출봉 앞이기 때문이다.

 

-르 클레지오가 2009년 「GEO」에 발표한   '제주 기행기' 중에서

 

 

 

 

 

우뭇개 해안 - 해안가로 움푹 들어가 있는 바다이다

 

15년 전 큰 녀석이 어릴 때 온 가족이 함께 온 이후로 한 번도 찾지 않은 성산일출봉으로 향합니다. 다만 성산 일출봉으로 올라가지 않고 매표소를 지나 좌측 편으로 방향을 틉니다. 

해방이 되자 일본군이 버리고 간 다이너마이트는 고기잡이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또 1948년 겨울철부터는 각 마을마다 자체 경비를 강화하면서 경비용으로 사용하게 되죠.  그런데 다이너마이트가 무장대와 '연관되었다'도 아니고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우뭇개에서 마을 주민들이 집단 총살을 당합니다. 성산면 관내 주민 대부분인 터진목 아니면 우뭇개에서 희생을 당합니다.  4.3 당시 날마다 잡혀온 주민들이 비명소리와 총 리가 밤새 성산 일출봉 주위로 맴돌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하늘로 사라졌을 생각과는 무관하게 잠시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뭇개 언덕
우뭇개 포구로 향하는 길목

현재 우뭇개 포구로 향하는 길목인 이 곳은 지금 일출봉 주차장 옆의 너른 초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뭇개 포구는 현재 해녀의 물질 공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녀의 집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해산물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제주 4.3 71주년입니다. 또 한번의 봄은 이렇게 지나갑니다.   

 

 

이여도사나 이여도사나

물로야 뱅뱅

돌아진 섬에

먹으나 굶으나 물질을 허영

이여도사나 이여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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